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새로운 트렌드 3D 아바타

비대면 문화가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여전히 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방식이 대세인 듯합니다. 가까운 친구와 대화라도 나누듯,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누군가가 더욱 필요한 요즘인데요.

이런 니즈를 충족하는 전략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하는 브랜드가 많습니다. 영향력이 있는 개인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하면서 고객들에게 보다 친밀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개인의 이슈로 인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지거나, 마케팅 메시지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등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에 최근 실제 유명인이 아닌 3D 가상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대중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의 강점을 지닌 동시에, 기업이 마케팅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점점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 마케팅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3D 가상 인플루언서의 부상

유명 브랜드가 선택한 가상 인플루언서 슈두, 미켈라, 이마

“세계 최초 디지털 슈퍼모델”이라는 자기소개가 인상적인 슈두(Shudu)는 사진작가인 카메론 제임스 윌슨(Cameron James-Wilson)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사진작가가 작품에 담고 싶은 모델을 직접 창조해낸 것인데요. 슈두의 인스타그램에는 페라가모, 하퍼스 바자, 엘리쎄 등 각 브랜드의 성격에 맞춘 배경과 스타일링, 프로페셔널한 포즈 등 인상적인 표현들로 가득합니다. 슈두를 창조한 카메론 제임스 윌슨은 촬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을 가상 모델의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290만 팔로워를 거느린 릴 미켈라(Lil Miquela)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입니다. 로봇 인공지능 스타트업 브러드(Brud)사에 의해 탄생한 미켈라는 브라질과 스페인 혼혈로 현재 캘리포니아 LA에 거주하고 있는 19살 뮤지션입니다. 범접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뽐내는 슈두와 달리 친근함이 특징입니다. 삼성 갤럭시, 샤넬, 지방시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콘텐츠뿐 아니라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찍은 일상적인 사진들이 인스타그램에 가득한데요. 또한 Z세대 답게 #BlackLivesMatter를 비롯한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팔로워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이케아 광고모델로 발탁되며 화제를 모은 이마(Imma) 또한 CG 기업에서 창조한 가상 인플루언서입니다. 일본 패션잡지의 커버 모델 경력이 있는 이마는 이케아 전시장에서 3일 동안 생활하는 모습을 생중계하기도 했는데요. 거실 한편에 요가 매트를 펴고 ‘홈트’를 하는 모습에서부터 청소기를 돌리고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친근한 일상을 공유했습니다.

색다른 매력의 버뮤다 & 블라코, 콜로넬

인기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 중 독특한 설정으로 관심을 끄는 이들도 있습니다.

버뮤다(Bermuda)와 블라코(Blawko)는 미켈라와 친하지만, 좋은 평판의 미켈라와는 달리 논란을 몰고 다니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입니다. 버뮤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파격적인 과거와 더불어 다른 인플루언서에 대한 험담을 일삼는 행동으로 많은 안티 팬들을 생성하기도 했습니다. 블라코는 자기애가 강한 가상의 남성 인플루언서로 언제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거친 말을 쏟아냅니다. 이들은 바른 이미지의 미켈라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팔로워들의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이례적인 가상 인플루언서 활용 사례로 2019년 KFC의 가상 인플루언서 콜로넬(Virtual Influencer Colonel)을 들 수 있습니다. KFC는 흰 슈트 차림의 전통적인 아이콘을 재해석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는데요. 콜로넬은 푸근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라 인기 있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과 같이 복근과 멋진 타투를 자랑하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냈습니다. 콜로넬이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은 멋진 외모를 갖춘 인플루언서들의 클리셰를 재치 있게 비틀었기 때문인데요. 이를 통해 KFC는 젊고 활기찬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었습니다.

팬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법, 3D 아바타 아이돌

스타의 가상 자아, 에스파와 제페토

실재하는 스타를 본뜬 3D 아바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20년 11월에 데뷔한 신인 걸그룹 에스파가 있습니다. 이들은 에스파 멤버와 가상 세계 아바타가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함께 활동한다는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였습니다.

네이버의 증강현실 캐릭터 제작 서비스인 제페토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스타들의 아바타를 선보이며 큰 관심을 얻었는데요. 가상세계에서 스타의 아바타와 친구가 되고 소통할 수 있어 10대 이용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가상 인플루언서를 둘러싼 논쟁들

다양한 매력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이지만, 이 새로운 현상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도 분명 존재합니다. 가장 큰 논란은 이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사람을 얼마큼이나 닮아도 괜찮은가에 관한 것인데요. 기업의 관점에서는 가상 인플루언서를 얼마큼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효과적일지, 사회 전체로 볼 때는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가상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사람을 충분히 닮아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를 좋아하지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사람과 비슷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는 가상 인플루언서가 뜻밖의 부정적인 문제를 일으켰을 때 과연 누가 진정한 책임을 질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릴 미켈라를 비롯해 인기있는 가상 인플루언서를 만들어 낸 개발자들은 이름 외에 그다지 알려진 정보가 없는데요. 마케팅 메시지를 손 쉽게 관리할 수 있다는 가상 인플루언서의 특징은 한편 베일에 싸인 “본체”들이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가상 인플루언서에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함께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에 대한 고려도 꼭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스로를 “변화를 추구하는 로봇”이라고 당당히 소개하는 릴 미켈라가 290만 팔로워의 지지를 받는 오늘날, 가상 인플루언서의 성장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근본적인 마케팅 환경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먼 미래의 이야기 같았던 인간과 로봇 간의 교류 (Human 2 Robot)는 점점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일상에 녹아들고 있습니다. 가상 세계가 익숙하고 3D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Z세대의 구매력이 향상할수록 가상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진화해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