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잼비’ 뜬다, MZ 세대에게 통하는 펀슈머 마케팅

밀가루 브랜드의 패딩 점퍼, 인기 게임 속에 느닷없이 등장해 재미를 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최근 이렇게 낯설고 생소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는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 자체에서 재미와 만족감을 얻는 펀슈머(Fun-Sumer)를 공략한 것인데요. 펀슈머란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합성어로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며 자신의 만족과 재미를 위한 소비를 추구하는 MZ 세대의 소비 성향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올해는 MZ 세대의 모든 구성원이 만 20세 이상이 되는 첫 해입니다. MZ 세대의 구매력이 커지고 기업의 주력 고객으로 부상함에 따라 재미있는 소비에서 만족감을 얻는 그들의 소비문화가 기업 마케팅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겠지요.

기업이 MZ 세대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들이 소비의 중추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MZ 세대들은 자신의 소비 경험을 SNS 채널에 공유합니다. 이렇게 구매자들의 피드를 타고 자연스럽게 제품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되죠.

MZ세대는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에 원하는 것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한 예로 2020년 농심 켈로그가 선보인 ‘첵스 파 맛’은 최초 만우절 농담으로 등장했다가 소비자들의 많은 요구 끝에 출시되었는데요. 트위터에서는 ‘파 맛 첵스’ 출시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PrayForChex 해시태그가 유행하며 3-4천회 리트윗 되었고, 국민 청원에까지 등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출시 후 소비자들은 SNS 상에서 사골 곰탕이나 라면 등에 넣어 먹는 레시피를 서로 공유하며 ‘파맛 챌린지’에 참여하는 적극성을 보여줬습니다.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파 맛 첵스’ 사건은 BBC에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농심 켈로그는 해당 캠페인으로 브랜드 판매량 2배 성장과 시리얼 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펀(Fun)한 마케팅 사례가 속속 알려지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기존 이미지를 허물어내고 새롭게 다시 구축하거나, 높은 인지도 확보의 발판으로 삼는 사례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올드함을 탈피하라, ‘곰표’처럼

대표적인 밀가루 브랜드 ‘곰표’가 맥주로 재탄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1952년 설립된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는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2030 세대에서 인지도가 낮은 점에 집중했습니다. 더불어 젊은 소비자에게 올드하다고 비치는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죠.

출처: 곰표 베이커리 하우스 홈페이지

곰표는 백색 바탕, 초록색 서체, ‘곰’의 이미지를 활용한 패딩, 맥주, 나초, 치약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출시하여 곰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MZ 세대에게 인식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합은 브랜드 간의 거리감이 멀어 뜬금없거나 촌스러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SNS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힙한 젊은 문화로 자리매김했는데요. 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와 개발한 ‘곰표 밀맥주’는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50만 캔을 달성하며 폭발적인 수요에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대한제분 측에 따르면 2018년 초와 비교해 2019년도 말 2030 세대의 곰표 브랜드 인지도는 약 20% 증가했습니다.

출처: 곰표 베이커리 하우스 인스타그램

대한제분은 제분 회사로서의 인지도 제고를 위해 ‘대한빵지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어 전국에 숨어있는 빵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운영 중입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대한빵지도 인스타그램 계정에 소개된 빵 맛집을 모아 만든 책자 나눔 이벤트는 팔로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름하여 밀가룩” 화보 동영상 - PREMIUM WORKING WEAR

비디오의 제목: "이름하여 밀가룩" 화보 동영상 - PREMIUM WORKING WEAR

더불어, 대한제분은 제과 제빵을 테마로 한 가상 공간인 ‘곰표 베이커리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콜라보레이션 굿즈 판매와 신제품을 활용한 레시피, 제빵 유튜버와 협업한 베이킹 영상 등을 공유하며 브랜딩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AR 로 펀(Fun)한 고객 경험을

국내 패션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은 온라인 참여와 자기표현에 거리낌 없는 MZ 세대들을 겨냥한 인스타그램 AR 필터를 제작했습니다. 2020 FW 시즌 신상품을 착용한 래퍼 팔로알토, 이영지 등의 모습을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여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신제품을 탐색하도록 했는데요.

출처: 디스이즈네버댓 인스타그램

이는 펀(fun)한 동영상을 소비하고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MZ 세대 이용자들의 취향을 저격하여 일종의 온라인 놀이 문화처럼 퍼져 나갔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3D 캐릭터와 나란히 서서 영상을 찍는 등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AR 필터를 이용하면서 실제 래퍼들의 계정을 태그해 포스팅했습니다. 태그된 래퍼들은 자신의 계정에 리그램 하면서 캠페인에 재미를 더했습니다. 해당 AR 필터는 약 2개월간 총 240만 회 이상의 노출을 달성하고, 60만 회 이상의 이용률을 보였습니다.

20 F/W 컬렉션을 3D 캐릭터로 공개한 디스이즈네버댓

비디오의 제목: 20 F/W 컬렉션을 3D 캐릭터로 공개한 디스이즈네버댓

이외에도 많은 브랜드가 소셜미디어의 AR 기능을 활용한 콜라보레이션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국내 아이 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블랙핑크 제니와 콜라보한 신제품을 시착해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AR 페이스 필터를 선보였습니다. 젠틀몬스터 공식 계정(@gentlemonster)에서 이모티콘 모양의 메뉴를 누르면 바로 AR 선글라스 필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젠틀몬스터는 페이스 필터 이벤트를 열어 더 많은 이용자들이 AR 선글라스 필터를 통해 제품을 탐색하도록 유도했죠.

출처: 젠틀몬스터 인스타그램

뻔한 소비는 거부하고 ‘펀’한 소비를 추구하는 MZ 세대의 영향력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마케터들은 이런 트렌드 속에 담긴 MZ 세대의 정서를 이해하고 신선함과 재미 요소를 가미한 경험 제공에 주목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