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의 MZ세대 마케팅: 래플 마케팅과 초개인화 전략

MZ세대는 평범함을 거부합니다. 조금은 독특하고, 한편으로는 유별나 보일지라도 자신이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죠. 이처럼 남들이 좋아하는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진심인 MZ세대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나(Me)’입니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업계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매하기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지갑을 여는 미코노미(Meconomy) 세대에 주목합니다. 패션 업계는 미코노미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이색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데요. 평범함을 거부하는 MZ세대를 겨냥한 패션 업계의 이색 마케팅 사례를 알아볼까요?

돼지꿈 꾸면 복권이 아니라 래플에 응모해요

2020년 10월,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디올과 나이키의 협업 상품 ‘에어 조던 1 하이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래플이 열렸습니다. 이 이벤트에만 무려 35만 명의 참여자가 응모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1년 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래플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래플을 검색하면 당첨을 기뻐하고, 탈락을 슬퍼하는 MZ세대의 다양한 반응을 엿볼 수 있죠. 한때는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래플은 어떻게 MZ세대의 대표적인 소비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을까요?

출처: 무신사 홈페이지

원래 ‘추첨식 복권’을 의미하는 래플(Raffle)은 정해진 기한 동안 제품을 구매할 참여자를 모집하고,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뽑아 구매 자격을 제공하는 판매 방식으로 패션업계에서 도입되었습니다. 한정판 제품이나 희소성 있는 협업 제품, 신제품 등을 공정하게 구매할 수 있는 판매 기법이죠.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여러 패션 브랜드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정기적으로 래플을 진행하고 있어요.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는 한정판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래플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누구든지 온라인 환경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래플의 인기를 견인한 요소입니다. 특정 요일 또는 시간대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일시적으로 한정판 제품 등을 판매했던 드롭(Drop)과 달리 앉은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쉽게 희소가치가 있는 제품에 응모할 수 있으니까요.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발하는 과정도 펀슈머(Funsumer)인 MZ세대의 흥미를 자극합니다. 돼지 꿈을 꾸면 복권이 아니라 래플에 응모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죠.

최근에는 패션을 넘어 향수, 전자기기, 화장품 등 여러 업계에서 래플을 도입해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아예 기성 제품 여러 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색다른 방식의 래플도 생겨났죠. 래플 마케팅이 젊은 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는 만큼, 앞으로도 많은 브랜드가 각양각색의 래플 마케팅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네킹이 아닌 내 몸에 맞춘 옷을 찾아요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허드슨(Kate Hudson)과 팝가수 리한나(Rihanna)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케이트 허드슨은 애슬레저 브랜드 페블레틱스(Fabletics)를, 리한나는 란제리 브랜드 세비지 X 펜티(Savage X Fenty)를 론칭했는데요. 두 브랜드 모두 북미를 넘어 전 세계 MZ세대에게 사랑받는 패션 브랜드입니다. 그들의 성공 뒤에는 초개인화 전략으로 MZ세대 고객을 공략한 테크스타일 패션 그룹(TechStyle Fashion Group)이 있었죠.

테크스타일 패션 그룹은 브랜드가 제공하는 개인화 콘텐츠가 온라인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어도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의 1/3이 개인화된 브랜드 콘텐츠를 마주했을 때 계획에 없던 구매를 한 것으로 나타났죠. 상시 할인, 로열티 프로그램 등 다양한 멤버십 혜택을 통해 500만 명이 넘는 활성 사용자를 확보한 테크스타일 패션 그룹은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매니저(Adobe Experience Manager)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Adobe Creative Cloud), 그리고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개인화 전략을 실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머신러닝은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특징을 우선 학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테크스타일 패션 그룹은 자사의 웹 사이트에 로그인한 인증된 구성원, 즉 활성 사용자의 특징을 지속해서 학습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브랜드 콘텐츠를 개인화하는 데 활용했죠. 이를테면, 레깅스를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먼저 모델이 착용한 제품 사진을 보여준 다음, 해당 고객과 비슷한 신체 특징을 가진 사용자의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테크스타일 패션 그룹이 제공한 초개인화 고객 경험은 나를 중시하는 미코노미 세대의 구매 욕구에 불을 지폈습니다. 고객 개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반영한 콘텐츠 덕분에 구매 전환율이 높아졌고, 이커머스 플랫폼의 고질적인 한계였던 높은 반품률 문제도 해결됐죠. 이커머스 플랫폼의 반품률은 평균적으로 35%를 웃돌았으나, 초개인화된 브랜드 콘텐츠를 제공한 테크스타일 패션 그룹의 반품률은 약 6.5~8.5%에 그쳤습니다.

이러한 초개인화 전략은 MZ세대가 주도하는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 흐름과도 일맥상통하며 소셜 미디어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이처럼 테크스타일 패션 그룹은 ‘고객의 신체적 특징을 반영한 콘텐츠’라는 전에 없던 창의적인 방식의 개인화 전략을 통해 우수한 판매 효과를 거두고, MZ세대 고객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MZ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소비층으로 거듭나면서 패션 업계는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디지털 마케팅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업계와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는 MZ세대의 만남. 앞으로 패션 업계의 어떠한 이색 마케팅이 ‘미코노미’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까요?